매일 쓰는 물건이 예뻐야 해
돈 쓰는 법에 대하여
2019 . 02 . 21
‘생활의 지혜’는 살다 보면 저절로 얻어지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저절로 알게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해마다 실감한다. ‘이런것 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싶은 분야(가령 잘 쉬는 법 혹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비결 같은 것)도 전공 과제를 할 때만큼이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겨우 내게 맞는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나를 탐구하는 마음으로 산다. 시험도 과제도 성적도 없지만 보다 만족스러운 일상을 위해 꼭 필요한 공부랄까.
돈 쓰는 법도 배워야 하는 걸까?
그중 돈에 대한 생각은 유독 오랫동안 미뤄왔다. 특별한 의도 없이 적극적으로 벌지도 쓰지도 않았다. 세 번만 입어도 보풀로 뒤덮이는 스웨터나 신으면 발에 고무 냄새가 배는 구두같이 시시한 물건을 한 두개 사고 나면 통장이 바닥났고, “돈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체념했다.
‘학생이 다 그렇지 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서너 개씩 해서 기어코 유럽 여행을 떠나거나 밥을 굶어서라도 아이패드를 사고 마는 애들. 자기가 뭘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그것을 쟁취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성적 맞춰 대학에 온 애처럼 수동적으로 떠다녔다.
불만족스러운 물건들과 함께하는 불만족스러운 일상
취직을 해서 매달 월급을 받게 됐지만 내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눈에 띄어도 ‘과연 이 돈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내 수준에 맞는 물건일까’ 우물쭈물하다가 흘려 보내곤 했다. 그렇게 아낀 돈을 천원씩 만원씩 아무렇게나 써서 월말이면 항상 생활비가 쪼들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화장할 때 쓸 거울이 필요해 가게에 간다. 나는 선크림을 매일 바르니까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은 볼 물건이다. 후보 A는 불투명 플라스틱 소재로 뒷면에 취향이 아닌 레터링 스티커가 붙어있다. 받침대엔 쇠붙이가 불안정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금방 헐거워질 것처럼 보인다. 여러모로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지만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2천원.
후보 B는 원목 소재로 마감이 매끄럽게 되어 있어서 만질 때마다 기분이 좋다. 크기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튼튼해 보인다. 하지만 거울치곤 좀 비싸다. 3만원.
‘거울이 꼭 예쁠 필요가 있을까? 잘 보이기만 하면 되지.’ 나는 후보 A를 선택한다. 그리고 가게를 나와 피자와 맥주를 사 먹는다. 3만원.
내 방은 이렇게 사 모은 불만족스러운 물건들로 가득했다. 곰팡이가 핀 형광색 욕실 슬리퍼, 등받이 한쪽이 부러진 의자, 햄버거 먹고 사은품으로 받은 컵. 너저분한 것들로 채워진 방이 싫어서 툭하면 떠났다.
그 시절 내 SNS엔 잠시 빌려 쓴 공간, 그러니까 카페나 식당, 숙소를 찍은 사진만 잔뜩이었는데, 피드에 있는 예쁜 물건들을 보면 짠 음식을 먹은 후처럼 목이 말랐다. 그 불만족의 원인이 돈 쓰는 법을 몰라서였다는 건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알았다.
매일 쓰는 것이 예뻐야 해
밥그릇, 칫솔, 탁상 거울, 집에서만 쓰는 안경. 매일 쓰는 것이 아름다워야 일상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 언제까지 예쁜 카페나 근사한 숙소로, 비일상으로 도망칠 수는 없으니 일상을 가꿔야 한다.
나는 이제껏 반대로 살았다. ‘어디에 돈을 쓸 것인가’ 결정해야 할 때 사는 즉시 최대의 만족을 주는 것만 골라왔다. 질 좋은 이불을 사는 대신 하룻밤에 5만원이 넘는 숙소로 가는 편을 택했다. 꼬질꼬질한 자취방에서 이불 하나 바꿔봐야 티도 안 날 테니까.
언젠가 형편이 넉넉해지면 구질한 물건들은 싹 다 버리고 근사한 삶으로 건너가리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생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집을 짓는 제비처럼 작은 만족을 주는 물건을 차곡차곡 모아야 하는 건 아닐까?
얼마 전 괜찮지만 약간 비싼 컵을 발견했을 때. 미리 정리해둔 ‘돈에 대한 생각’을 얼른 꺼내 봤다. 매일 쓸 물건인가. 오케이. 충분히 아름다운가. 오케이. 더 저렴한 것을 찾을 수 도 있지만, 내 기준에 부합하는가. 그렇다. 최종 합격!
그날 산 컵은 침대 맡에 두고 매일 소중히 사용하고 있다. 색감도 재질도 입술에 닿는 감촉도 모두 훌륭해서 볼 때마다 흐뭇하다. 이렇게 한 걸음씩 만족스러운 일상에 가까워지는 거라면, 이젠 돈을 잘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자부해도 좋겠다. 미션 성공!
https://univ20.com/96216
매일 쓰는 물건이 예뻐야 해
돈 쓰는 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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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대한 잡스의 고집은 하루 이틀 일이 아납
니다. 애플의 첫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잡
스는 당시 담당자였던 빌 엣킨슨(Bill Atcinson)에
게 창과 문서, 제목 표시줄과 상태바 등의 사소한 디
테일들에 대한 끊임없는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참을
수 없게 된 엣킨슨은 잡스에게 더 중요한 일들에 시
간을 쓰고 싶다고 말했죠. 그러자 스티븐 잡스는 고
함을 치며 말했습니다.
"그걸 매일 쳐다봐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나? 사소한게 아니라고!
이러한 일이 있고 나서, 모든 직원들이 최선을 다했
음에도 불구하고 잡스를 만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
었습니다.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바로 계산기
였죠. 초창기 매킨토시 문서 매니저였던 크리스 에
스피노사(Chris Espinosa)는 매일 매일 계산기를
수정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지만 항상 새로운 비판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잡스가 또다시 계산기를 비평
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습니
다. 잡스가 스스로 계산기 선의 굵기나 버튼의 크기,
배경색, 그림자 등 각종 디테일을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보여주었죠. 이름하여 스티브
잡스가 직접 만드는 계산기 구성세트(The stevejo
bs roll-your-own calculator construction set)
였습니다(한 마디로, 니가 직접 해). 잡스는 바로 자리
에 앉아 계산기의 모습을 직접 자기 취향에 맞게 디
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모습이 나오기
까지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죠. 잡스가 이 때 만
든 디자인은 15년간이나 변경 없이 매킨토시의 표
준 계산기로 사용되었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000640&memberNo=48794205
왜 아이패드에는 계산기가 없을까?
[BY 페어리레시피] 차세대 컴퓨터를 표방하는 애플의 자랑스런 태블릿 PC, 아이패드에 계산기가 없다 는...
m.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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